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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씨가 된다더니

Day_dreaming 2007. 5. 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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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여코 해낸 우리의 전도연.
기술시사였던가, 지면에 광고가 오르내리기 무섭게 밀양에 주목할 당시 (뭐 이제는 더 하겠군) 이창동의 감독 복귀작이라는 헤드카피 옆에 '전도연, 드디어 깐느 입성?' 이라는 문장이 줄줄 따라붙었다. 열심히 훑어보는 몇 가지의 잡지들 사이에서도 별 이견없이 너무 무릎을 팍 꿇는 인상을 받아서 정말 그렇게 좋다란 말이야? 라는 의심을 해봤지만 결국 깐느의 트로피는 전도연의 손에 쥐어졌다. 오늘 아침 김승현/정은아가 진행하는 무슨 프로그램에서 목청높여 수상소식을 전달하는 조형기를 보면서 정말이구나 싶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2시에 발표가 났다고 하던데, 전도연의 얼굴에 깐느의 햇살이 반짝하고 드리워져있었다.(난 저 표정을 보면서 별을쏘다! 시절, 조인성과 철없이 장난치며 웃던 그 얼굴과 오버랩이 된 것은 왜일까?) 모처럼 쉬는 날 상암에서 밀양이나 볼까 했더니 이미 대부분이 매진이던데 이젠 수상소식까지 겹쳐서 한 동안 내가 보고 싶은 시간에 극장가기는 힘들어지겠군.

다른 부분의 수상 리스트들을 보니 영화제 시작전 신작을 들고 돌아온 거장들의 익숙한 이름들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필름 2.0의 리포트 중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 대한 기사가 있었는데 실망의 목소리들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너무 미국적으로 만들어서 그런가? 라는 왕가위의 변명을 들어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누군가는 그래도 남녀 주인공의 표정에서 너무 익숙한 양조위-장만위의 모습들이 오버랩된다고 하는데. 사실 사람들은 그가 변화를 꾀하는 것을 두려워했을지도 모른다. 어떠한 점핑의 곡선위에 서있는지, 그 곡예는 오래 갈 것인지 등을 말이다.

요즘 과거 영화를 찾아보는 것 처럼 과월호 잡지를 탐독하는 것이 밤시간의 소일거리중 하나가 되었다. 시상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1999년 8월호 키노에서 폴라X를 들고 한국에 온 레오 까락스 소식보다 '슬램'이 깐느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라는 기사가 눈에 띄였다. 뭔가 우리에겐 교과서같은 느낌의 영화였는데 저런 수식어도 달려있는 영화였군 이라는 것이 새삼 신선했다.

점점 더워져오는 여름밤의 열기를 어찌 식힐 것인가,

여전히 횡설수설하고 말이 길다. 그렇지 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