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먹이

Day_dreaming 2012. 6. 6. 01:36

내가 사는 동네에는 유독 새가 많다. 해수면 낮은 땅이라 그런지 바닷새부터 시작해서 이 나라가 서식지라는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초록새 보기 힘들다는 블랙 버드 어디나 "살고있는" 비둘기까지 오죽하면 새 소리 때문에 아침잠을 방해받을 정도로 그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소리를 맘껏 질러대며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비둘기를 아주 싫어하는데 여기 사람들은 어딜가든 빵 부스러기부터 시작해서 초콜렛 과일까지 새들을 향해 던진다 내 룸메이트는 장을 볼 때 새들에게 줄 빵을 따로 살 정도니 뭐. 1년 가까이 시간을 지내다보니 새들만큼 동네에 노인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이 도시는 동네마다 집 모양이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동네에 자리한 집들의 모양과 규격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니 길을 걷다가 남의 집 창문을 들여다보면 안에 사람만 다를뿐 같은 집에 살고있는 것인가 착각할 때도 가끔있다 한날은 외출하러 나가는 길에 마치 스톱모션처럼 연속적으로 혼자지내는 노인들의 모습을 봤다 그들은 제각각 등치와 성별이 달랐지만 자세와 행동 심지어 표정까지 아주 비슷했다. 이를테면 대부분 그들은 목이 길고 움푹 패인 소파에 몸을 깊숙하게 묻은채 무가지 신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멍,하니. 그리고 말라비틀어진 빵쪼가리와 거추장 스럽게 보이는 장식의 찻잔을 한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 소리는 새어나오지 않는 것으로봐서 음악을 듣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저녁시간에는 같은 방향에 놓인 TV에 또 다시 그 멍한 표정으로 지켜보고있다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날씨 사나운 나라에 오래살면 이런것들도 익숙해질 수 있는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노인들은 새들과 마찬가지로 비가 오든 눈이오든 거르지 않고 하는 일이 또 하나 있는듯 보였다 바로 길 밖의 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것. 가끔 창밖을 내려다보면 한 명의 노인이 구겨진 종이팩에서 빵 쪼가리를 꺼내서 바닥을 향해 내던지기 시작하면 엄청난 무리의 새들이 몰려든다. 나는 처음 그 장면을 보고 기겁했는데 노인들과 새는 마치 어미와 자식새끼마냥 한데 모여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노인은 빵을 던져주고 새들은 그것을 받아먹는다. 가끔 해외토픽이나 세상의 이런일이, 에 등장하는 사자가 인간을 키운다거나 하는 종류의 별난 풍광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만히 보고있으면 노인들과 새들은 깊은 유대감으로 얽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누구든 자신에게 잘해주면 좋아라하는 것 처럼, 거기에서부터 애정이 시작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의 노인들에게 새들은 홀로 있는 시간의 정적을 깨주는 친구 비스므레한 것임은 분명하다.

아참 그래도 꿋꿋한 새 한 마리가 있으니 두루미인지 뭔지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다만 도로로 향하는 길 끝에 사는 새 한 마리는 학처럼 생긴애인데 그 아이는 늘 혼자인 것 같다. 어느 누구도 그 새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새침하기보다 우아한 느낌이기도 한데 아직 젊은가, 먹이는 스스로 구하나, 가끔 그 새를 보고 있으면 이런 질문들이 들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