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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계절

Day_dreaming 2013. 7. 4. 19:51

어제 오후 친구가 갔다 올 여름 네 명의 친구들이 다녀갔고 어제가 마지막이었다 집을 나서기 전 방 정리를 하다 한동안 썼던 에어베드를 빼고 난 상태를 보더니 친구는 어 이 방이 이렇게 컸냐 라고 물었는데 갑작스럽게 정말 방이 커진 것 같았다 원래 내 방대로 텅 빈 그런 모양새로 돌아와있었다.


이 친구는 여기 도착하자마자 슈퍼에 데려가 달라고하더니 샴푸 린스(평소에 나는 쓰지도 않는) 치약 세제 등 생활용품을 잔뜩 고르더니 나를 야단쳤다 몸에 닿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은 값이 나가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사서 쓰라고 어쩌다 엄마같은 잔소리를 하더니 계산을 하고 집으로 끌고왔다 서울에서는 내 방 하나 가져본 적 없던 내가 여기서는 살림을 산다고 말은 하지만 여즉 잘 모르겠다 최대한 간소하고 지출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살다보니 생활의 질이 그닥 좋은 것은 아닌 것을 인정한다 근데 이 친구한테 들키고나니 그래도 뭔가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는 것 야단을 치는 것을 듣고 있자니 집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나.


친구들이 올 때 마다 비가 내렸고 돌아갈 때에도 역시 비가 내렸다 30도를 오르내리는 서울의 여름은 여기에 없다 해서 대부분 감기에 걸리거나 추위에 고생한채 돌아갔다 기차를 타러 플랫폼을 향하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계절이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처럼 왔다가 다시 돌아간 그들의 자리에 멍하니 서서 나는 다시 오늘이 시작된 것을 알았다 혼자만의 시간,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