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나 지금이나 나는 싫은게 많고 좋은 것도 그만큼 많다 해서 적당히, 라는 감정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거니와 그 '정도'의 차이를 짐작하기 어렵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상황이든 그 무엇이든간에, 손해 볼일이 별로 없는 상황을 살아 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딘가 비겁한 생각마져 든다. 무조건 싫고 좋은게 어디있냐만은 한 가지는 분명하다. 대상에 대한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는 극단적이라 말할 수 있다. 친구들은 이런 나를 두고 매번 어린아이 같다며 놀려대지만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다. 마치 내가 살아보지 않았지만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시대, 장소처럼 말이다. 한동안 섬과 바다근처를 서성이며 마음을 두었다면 근래에는 사막으로 옮겨졌다. 극지라는 것에는 여전히 변함없는 공통적 관심사가 자리하고 있지만 구체적 장소로써 조금 방향을 선회했다. 모래와 바람의 땅, 어쩐지 그곳으로 내가 사랑할 만한 것들이 잠들어 있을 것 같다. 그것을 찾으러 가고 싶다. 없을 수 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곳으로 마음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