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턱 주변과 볼 근처가 욱신거렸다. 중간에 꿈에서 깼을 때 불길한 징조라는 것을 어렴풋 느꼈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 사이, 늘 그 자리에서 꿈이 시작되고 끝난다.
전날 밤 수신된 메시지에 답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한참 머뭇거렸다. 결국 인간은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기위해 자신의 입장을 가지고 지키려한다. 순리이다. 문제는 그 입장과 지키려는 방식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모든 한국인은 아니겠지만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본 결과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의 입장. 그의 상황을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정확하게 그 마음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만난적이 없고 대화를 나눈적도 없으며 그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만남을 거절한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해 단 하나의 인상만을 갖게 된 것이다. 나를 포함한 한국인을 싫어하는 사람.
원고를 정리하면서 수십번 문장의 순서를 바꾸면서 이것이 누군가에게 어떤 선입견으로 비춰지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전전긍긍 하는 내 자신을 마주한다. 나 자신의 상황을 드러내고 깨벗겨졌을 때야 어차피 공개하기로 한 이상 그 정도쯤은 각오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나, 의 입장을 드러낸다기 보다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인데 가급적 나를 드러내지 않을 생각이다. 여기서 문제는 자칫 그들의 모습이 한쪽으로 치우쳐저 다뤄질 수 있을거라는 내,외부적 압박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가 질 수 밖에 없다. 그 정도의 배짱없이 시작한 것인가,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
아직 아무도 내 얼굴에 침을 뱉고 가격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벌써 두려워 이러는 것인지.
유령같은 국가, 민족, 이런 것들을 거둬내고 싶다. 하지만 그것을 거둬낸 순간 우리는 또 역시 아무것도 아닐 수 도, 순수함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마주해야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