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들을 다시 찾아 듣기 시작했다 유튜브가 가끔 효자 노릇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검색한 것과 관련된 음악가거나 장르일 경우 알아서 리스트를 만들어주는 것 그러보면 유튜브에게 내 취향을 들킨건지 내가 업혀가는건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재즈 훵크와 힙합 리믹스들 특히 클래식곡들을 리믹스한 것들 중 꽤 좋은 것들을 많이 알게되었다 게다 타카키 마사카츠류처럼 피아노와 거슬리지 않는 선의 일렉트로닉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뮤지션들도 좋다 비디오들도 어쩜 그렇게 잘 만들었는지 젠체하지 않고 세련되게 하지만 딱 떨어지게.
어제는 자코메티의 작업에 영감을 받은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클래식 앙상블과 협업을 하는 공연을 봤다 처음엔 자코메티를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해서 찾아갔지만 봄 날 저녁 늦게까지 해가 지지 않고 석양이 퍼져나가는 항구 근처의 공연장에 있는 자체로도 더없이 행복감을 느꼈다 그래 맞어 너무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충만함. 이 공연장은 중앙역 근처에 있는 몇 개의 큰 극장과 도서관, 뮤지엄들과 마찬가지로 깨나 신경써서 지은티가 나서 처음엔 좀 거북스러웠는데 몇 차례 오다가다하니 좋아졌다 무엇보다 이 나라와서 놀란점은 공연 티켓 가격이 한국과 비교했을 때 무척 싸다는 점 그중에서도 클래식 공연이 단연 으뜸이다 인터넷으로 조금 일찍 티켓을 구매하면 10유로만 내고도 훌륭한 공연들을 볼 수 있다 게다 더더더 좋은점은 인터미션 때 좋은 와인과 주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 어제는 조금 일찍 도착해서 화이트 와인을 한 잔 마셨는데 인터미션 때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와인을 내놓아 좋다고 몇 잔을 더 들이켰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을 다시 보러 들어가서는 기분좋게 어딘가로 가버리고 말았는데 때마침 암전이 되고 가늘고 긴 떨림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구슬프게 울려퍼져 그만 울어버렸다 아 감정과잉 상태인건 알겠지만 더없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옆에 앉은 할매에게 풍겨오는 은은한 향수 냄새도 좋았고 오른편에 앉은 말끔한 정장 신사들의 구두가 참 이뻐서 괜히 흐믓했다 두리번 거리다 보면 하나씩 감각이 깨어난다 천천히 나는 늘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천천히 두리번 거리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긴 다리를 건너면서 차가운 공기가 볼을 때리는데 그대로 물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 겨울이 지독하게 길고 이르게 찾아오지만 여름 또한 굉장하다 백야가 시작되면 우리는 모두 꿈처럼 길을 헤맬 것이다 지금 이 계절엔 해질녘이 가장 아름답다 음악들이 귀에 다시 찾아들고 물결이 풀처럼 누웠다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고 조용하게 탄성을 지른다 아 어디까지 더 보여줄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