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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회 칸영화제 결산]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 단독 인터뷰

Day_dreaming 2008. 1. 22. 14:16
“역사적 사유보다는 좀더 작은 이야기로 가야한다”

-영화의 강력한 리얼리즘이 머리를 강타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많은 루마니아영화들이 역사적 리얼리즘을 표현하는 데 능숙한 듯하다.


그건 루마니아 방식의 리얼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젊은 루마니아 감독들은 같은 학교(부쿠레슈티 필름아카데미)에서 함께 영화를 공부했기 때문에 세상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공통점이 좀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인 나이도 비슷비슷하니까. 하지만 이것이 ‘도그마’ 같은 방식은 아니라는 걸 꼭 말하고 넘어가야 한다. 도그마처럼 특정한 법칙을 지켜가며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각각의 감독마다 이야기를 만드는 개성적인 감각들이 있다.

-동구권 영화들은 역사를 거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그러나 당신 영화는 아주 지엽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역사를 이야기한다.


이야기 구석구석에 수많은 메타포를 짊어진 역사영화들은 여전히 동구권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금 동구권의 젊은 관객은 아무도 그런 영화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비난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젊은 루마니아 감독들은 역사를 거대하게 사유하는 영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좀더 작은 이야기로 가야만 한다고 여기고 있다.

-루마니아의 평론가들은 당신 세대의 감독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나는 새로운 세대다. 이전 루마니아 대중에게 알려진 감독들은 공산 독재하에서 프로파간다 영화들을 만들며 시작한 노인들이며 평론가들도 그들 세대다. 그래서 나이 든 루마니아 평론가들은 내 영화에 대해 아주 악의적이고 편견으로 가득한 평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실 내 세대의 감독들이 만드는 영화들은 늙은 루마니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모던한 현대영화에 가깝기 때문에 구세대 관객과 평론가가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해외영화제에 출품되는 영화를 올림픽 국가대표로 여기는 편견은 한국도 다를 게 없다. 하여튼 그 같은 저널리스트들에게는 어떤 식으로 응대하는가.


사실 나 역시 영화 저널리스트부터 시작한 사람이다. 차우셰스쿠 독재하에서는 월간 신문에 기고했고, 혁명 이후에는 월간 신문을 데일리 신문으로 재창간하는 데 일조했고, 이후에는 TV와 라디오 같은 매체들을 두루 거쳤다. 하지만 세상에는 바보 같은 저널리스트들이 한둘이 아니다. 며칠 전에는 서유럽 매체 하나와 인터뷰를 했는데 왕가위를 만나면 뭐라고 말할 거냐고 물어보더라. (비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