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시간을 보낼 때 마다 기묘한 감정이 찾아든다 설레고 슬프고 서글프다는 식의 명료한 표현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상황에 놓이게되니 머리가 더 무거워질 수 밖에 없는 것이리라 출발과 연착 도착과 환승의 반복속에서 집에 가는 길은 너무 멀게 느껴지고 한 곳을 두지 못해 여러곳에 임시적 거주지를 만들어놓고 살아버리게 된 것, 그래 맞다, 살아버리게 된 것을 뒤늦게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럴수록 마음이 더 멀어진다. 이제는 짐은 솜씨좋게 잘 이고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집으로 가는 마음은 더 멀어진다. 꼬박 일 년 여름을 기다렸고 잠시 그 속에 있다가 8월에 남반구로 내려와 겨울을 살았다 생애 처음 맞는 쌀쌀한 바람속의 8월, 그리고 생일, 늘 이맘 때면 여름이 끝나간다는 것을 알았었지만 서울에서 맞는 가을의 전조와는 또 사뭇 다르다 아무 연고도 없는 아직 습기가 가득한 어느 공항라운지에서 하나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기도 전에 나는 또 다시 집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리고 하룻밤 지나 또 다른 집을 향해 간다 마음은 그만큼 멀어진다 어딘가로 향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기보다 여기가 어디이고 몇 시인지 알 길이 없다기보다 도대체 집을 찾아가는 길은 언제까지해야하나 싶은거다 지금 이 끝자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