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마치고 한 주가 지나 친구들을 집에 불렀다. 여유분의 의자도 테이블도 없어서, 돗자리를 하나 사다 바닥에 펴놓고 둘러앉아 배달음식을 시켜먹었다. 한 두 사람 부를 생각하다 열 다섯이 가까이 모인자리에서 많이 웃고 떠들었다. 지난 15년 동안,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서 함께 한 친구들이었다. 어떤 시기에 나를 포함한 반 이상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둥그러진 몸과 마음들이 다시 모여, 30대를 보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서로 많은 것들을 놓치고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생각해도 이렇게 모여 앉아있으면 꼭 어제같은 시간들이 생각난다. 내가 늘 최소한의 짐으로, 언제든 늘 떠날 수 있게 간소하게 살았다고 하니 친구들은 이제는 좀 내려놓고 집을 꾸미기도 하고 마음을 붙여보라고 권유한다. 그렇다. 2년 계약인 이집에서 또 2년 후에는 다른 곳에 살게 될 수 도 있으나, 있는 기간 만이라도 따뜻하게 내집을 가꾸며 살아가련다. 오랜만에 늦잠까지 자고나니, 내가 집이 생겼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내 집. 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렸던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