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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Day_dreaming 2012. 3. 8. 17:50
엄마는 느닷없이 견디라고 말했다. 나이든 여자들이 가지고있는 특유의 족집개적인 말들. 연륜인지 눈치인지 몰라도 슬쩍 던져놓은 말에 내 스스로 걸려넘어지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지만 때로 그 말들을 그냥 믿고싶어질 때가 있는 것이다. 보고싶어 전화해도 막상 목소리를 듣는순간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있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그래, 견디라고, 무엇을? 엄마는 자조적이거나 지나치게 낙천적이지도 않은 되려 건조한 사람에 가깝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갈수록 어떤 태도는 둥그스름하게 변할지언정 더 건조해져버리는 것도 투성이다. 필시 인간은 쉽게 변하지않는 것을 아는것도 잘 모르겠다 말하게되고 그러면서 웅얼거리는 횟수는 점점 많아진다. 누군가들에게 둘러쌓여있을 때에는 지독하게 혼자 도망칠 궁리를 했었는데 나는 나이든 여자들곁에 사는게 나은 것 같다는 것을 점점 더 느낀다. 이주에 한 번씩 만나는 선생도 첫번부터 인상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이 분의 가장 큰 장점은 뻔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궁금한 것을 정확하게 질문하고 늘 독려한다. 볼이 통통하고 목 근처에 돋아있는 수많은 주름을 보고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하다. 답답한 마음에 변명을 늘어놓으면서도 이런 변명하기 싫었다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고있어도 잠자코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들어준다. 엄마는 말했었다. 너는 누군가가 가깝게 다가가 살갑게 굴면 불편해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아예 무관심하게 군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 내 생각에 너는 한마디로 아주 친밀한 관계의 경험이 많지않아서 익숙하지 않은거야. 너가 좀 그래. 참, 엄마라는 사람이 할 소리인가 싶다가도 나도 같이 나이먹고있으니 웃음만 나왔다. 우리도 어느사이에서 각자 살고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