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을 사랑해야한다고,
"사람에게서도 풀내가 나야 한다" 한 철인 토로의 말이 생각났으며, 사람도 사는 날까지 극히 겸손한 곤충처럼 맑은 이슬과 향기로운 풀잎만으로만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그 운명이 슬픈 생각이 났다. '무슨 말을 해주면 그 여자에게 새 희망이 생길까?'
그는 다시 이런 궁리에 잠기었고 그랬다가 문득 '내가 사랑하리라!' 하는 정열에 부딪치었다.
'확실히 그 여자는 애인을 갖지 못했을 거다. 누가 그 벌레 먹은 가슴에 사랑을 묻었을까!'
(중략) "그래도... 만일 지금이라도 만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말만은 곧이 들으시겠습니까?"
"...."
눈을 고요히 감고 뜨지 않았다.
"앓으시는 병을 조금도 싫어하지 않고 정말 운명을 같이 따라 하려는 사람만 있다면....?"
"그럼 그건 아마 사람이 아니겠지요. 저한테 사랑하는 사람이 있긴 있어요... 절 열렬히 사랑해주어요.
요즘도 자주 저한테 나와요. 그는 정말 날 사랑하는 표로 내가 이런, 모두 싫어하는 병이 걸린 걸 자기만은 싫어하지 않는단 표로,
하루는 내 가슴에서 나온 피를 반 컵이나 되는 걸 먹기까지 한 사람이어요. 그렇지만 그게 내게 위로가 되는 줄 아세요?"
"...."
그는 우울할 뿐이었다.
/ 이태준, 가마귀 중에서
30년대에 썼던 이태준의 단편 모음집에 실린 작품중 하나이다 근대 문학이 태동할 무렵이라 해도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전근대에 머물러있고 역병 가난 생활고 그리고 설움이 지배적인 소재이다 해서 예나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신이 놓인 상황과 삶의 조건이 가장 비루하다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 하지만 재미난 것은 이 역시 변치않는 사실 하나, 왜 누군가를 사랑할 때 내가 상대를 도와주고 구원해줄 수 있다고 여기는가 사랑 그 자체라는 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어렵고 어쩌면 불필요한 것이지만서도 관계가 성립되는 순간 개별적 인생이 변화할 수 는 있어도 누가 누구에 의해서 선택받고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모르니까들 계속 하는 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