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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자리

Day_dreaming 2011. 7. 9. 08:31
스콜과 함께 내 품으로 들어온 꽃 뭉치가 지금은 바싹하게 말려 책상 오른쪽 귀퉁이에 몸을 기대고 있다. 꽃 나름의 생생하고 향기를 가득품어 손으로 감싸고만 있어도 마치 내가 낳은 자식새끼마냥 어여쁘고 다른 세상에서 온 진귀한 보석처럼 잠시 느꼈었다. 꽃을 사게 된 날, 신에게 기도를 올리기 위해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사람들은 마음 한 켠에 꽃 깥은 구석이 있구나, 향기야 나에게도 와라, 하고 생각했었지. 람부뚜리에서 어여뻤던 꽃은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부들부들 함께 떨며 인천까지 무사히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왜 그랬는지 돌돌말아 냉장고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에 지난 어제, 하루종일 청소하느라 방을 들쑤셔 놓았는데도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저 꽃이, 오늘 아침엔 저것밖에 안 보인다는 말씀이다. 너의 자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