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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갈 것을, 떠났다

Day_dreaming 2013. 3. 23. 21:03

목 주변이 답답함을 느껴 눈을 떴다 방 한가득 한기가 맴돌았다 거짓말같이 옆집은 다시 공사를 재게했고 눈을 다시 질끈 감았을 때 한 달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일었다

어딘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어제 외출해서 돌아와 옷을 갈아입지 않은채 친구와 아주 긴 통화를 하고 와인을 마시고 그채로 잠이 들었나보다 아주 오랜만이다 책상 주변이 컵과 물병으로 어질러져있고 컴퓨터는 밤새 깨어있었고 히팅은 꺼져있었다 그래도 스웨터를 입고 잔탓에 추위를 그닥 느끼지 못한 것인지 와인덕인지 기절한듯 자고 일어났다 왼쪽발이 시큰해서 들여다보니 피가 굳은채 살주변이 허옇게 푸석거렸다 무엇에 물린 것인지 잠결에 긁은 것인지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난 상처들이 쉽게 아물지 않는다 근데 신경쓰고 싶지않다 혼자있게되다보면 내 주변 것들은 세세하게 들여다보게 되지만 정작 나 자신을 잘 살피게 되지 않는다 나만 그러한가 사고의 흐름조차 내맘대로 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이 몸뚱아리가 뭔 대수라고 남들이 들으면 어린애같이 군다지만 사실이다 고요한 방안에서 가구처럼 사는 것 같아도 머리와 마음은 늘 장작처럼 타들어가고 있다.


방금 바이칼 호수에서 6개월 은둔생활을 한 프랑스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가장 추운 2월, 6개월치의 식량들과 책을 싸들고 아무도 없는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 점점 사물과 현재와 세계와 멀어지면서 그는 침식하는 듯 보여도 세계안에 살고있는 사람들보다 더욱 철저히 규칙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쓴다 그는 다스린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던데 6개월이 지나 떠날때가 되니 놓는다, 라고 정정했다 로빈슨 크루소가 섬에 표류했을 때 처음 했던 행위는 자신이 살았던 곳과 가장 흡사한 방식으로 주변환경을 만들었다 언급하면서 이자 역시 오두막 안을 자기의 세계로 재구성한다 그치만 크루소와 마친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이라 부르는 큰 세계안에 자신을 놓아두고 섞이게하면서 살아간다 외부세계와 차단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기위해 떠났던 은둔생활은 시간이 지날수록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거리두기를 통해 본질에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 맞는 말이긴 하나 이 사람을 볼 때 그리고 내 자신을 생각해볼 때에도 떠나가 있을 때 떠났던 곳에 대한 생각이 가장 커지기 마련이다 6개월의 생활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고백했다 굴곡진 삶을 살고싶다 세상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고. 덧붙혀 다시 돌아갈 것을 알고 떠났다, 라고 말했다 어쩌면 여행이 삶과 분리될 수 밖에 없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돌아갈 것을 알고 떠나는 것과 다시 돌아가지 못할 것을 모른채 떠나는 것. 둘 다 어차피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살고, 세계와 화해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