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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고 감추고

Day_dreaming 2014. 2. 17. 22:49

내 부모들에게 배운 것 중 하나는 말보다 행동으로 드러냈을 때 영향력과 파장이 보다 선명해진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좋은 결과이든 나쁜 결과이든 말이다. 긍정적 측면의 예시 하나는 부모들 죄다 잔소리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이를테면 청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로 피력하지 않고, 본인들이 나서서 하고 있는 것을 몇 차례 보이면 자의든 타의든 나도 청소에 동참하거나 내 구역은 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청소부터 경제개념까지, 말로 생색내거나 투덜대지 않아도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를 옆에서 봐았기 때문에 내 몸은 내가 알아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와 반대로 술주정, 욕지기, 성질부리는 종류의 겻들도 같은 과정을 통해 습득하거나 피했다. 때문에 말 한마디가 첫냥 빛을 갚는다는 옛말을 크게 실감한 적이 별로 없거니와 때문에 립서비스이든 진심이든 말로 뜻을 전달하는데 서툰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문득 이 과정을 스스로 한 번 겪었다. 나 아닌 누군가와 함께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오랜만이라 그런지 더욱 헤맨다. 파트너는 지난 주 부터 내내 몸이 안좋아 그런지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라 급기야 오늘은 신경질 비스므레 한 것 까지 부렸다. 설거지를 하다 문득 그 애의 말을 듣고 뜨거운 숨이 목구멍위로 올라왔는데 다시 삼켰다. 그리고 우리는 잠시 정적속에 놓였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순간적으로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할매 권법을 쓰는 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일을 하는 것을 보자 다가와 함께 했다. 천천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방법과 대책을 찾고, 결정을 내렸다. 두 어시간 안에 해야하고 하고자 했던 일을 마쳤다. 피로감보다 안도가 밀려왔다.


점점 모든 것이 어렵다고 느낀다. 시간의 경과가 경험의 축적과 비례한다고들 말하지만 이것도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는 배워가는 것 같다. 옛 어른들 말 틀린 것 하나 없다기 보다 그 말들의 중요성이 내 것으로 체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사실 하나가 분명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