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어떤 시대에서 용인되고 그러려니 했던 일들이 또 다른 시대에서는 죄와 벌로 간주된다 물론 이전에도 윤리적으로 타당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음에도 왜 그 때에는 묵인되었던 일들이 이제는 간과될 수 없는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을까 그 때에도 지금에도 인간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 때의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매일, 이라는 말이 참 무색하게도 낯설고 때로는 뻔뻔하게 느껴진다.
엄마 시골 동네에서는 집 안에 뱀이 또아리를 틀고 나타나면 사람들은 집 안의 모든 문을 열어두고 기다란 나무 막대를 창쪽에 비스듬히 걸어둔 후 해치지 않고 어서 밖으로 나가길 기다린다고 한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실 무렵, 퇴원하기 전에 미리 외삼촌가 숙모가 집청소를 하러 들렀다가 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그 때 직감했다고 한다. 조만간 어머니가 돌아가시겠구나. 시골마을에는 뱀이니 개구리니 하는 것들이 천지에 널려있지만 개중에 뱀은 일종의 집을 지키는 신처럼 여기기도 해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성경에서 뱀이 요물로 간주되어 지팡이든 뭐든을 사용해 쫓아버리는 것에 반해 한국 민간 신앙에서는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지만 액운의 상징이라 쉽게 해할 수 없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눈앞에 흉물을 상처를 스스로 던져버릴 수 있는 세계관과 목도와 기다림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는 세계관의 충돌. 엄마는 지금 그 사이에 있다. 할머니는 그 사이에서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다.
팔자니 숙명이니 하는 것들이 별로 중요치않게 여겨지는 지금, 나의 매일은 어떤 세계속에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의 눈에는 일찍죽은 영혼이 붙어다녀 제 삶을 제대로 못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그저 무책임과 방종으로 그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죽으면 끝인데 죽기까지가 어려운 것. 그렇게 매일이 버거운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