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다 분투 그렇게 또
지난 1년 반 정도 일하는 곳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바쁘거나 정신이 없을 때 내 감정을 너무 솔직하게 토로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요새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내가 하는 이 일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그러니 여러분도 잘 생각해봐라, 이다. 어딘가 너무 꼰대같이 들리는 건 사실이고 대단히 이룬 일가도 없으면서 말이 말인지 뭔지 분간도 제대로 안한채 그저 나오는대로 흘려보내는 것 같다. 사람마다 사정없는 사람 없고, 28살에 회계사 때려치고 시작한 사람, 20년동안 소리가 천직이라 믿고 살았던 사람, 이쪽 공부를 오래 하긴 했는데 여전히 잘 모르겠는 사람 등등이다. 나 역시 대단히 특별한 소명을 갖고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이것밖에, 이 길 밖에 몰라서 여전히 서성이고 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정신건강이 어쩌고 하면서 괜한 푸념을 늘어놓는거 아닌가, 라는 자책감이 밀려든다.
한창 바쁠때인데 와줘서 고맙다는 선배 작가의 공연을 보고나서 나는 무엇보다 그가, 그리고 우리가 지금 무엇을 위해 이토록 달려가고 있는가 다시금 고민하게 된다. 공연의 아스라함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급히 담배를 끄고 친구를 끌고 작업실로 돌아가 코앞에 닥친 일들을 마무리하면서 또 다시 말했다. 그러게 무슨 대단한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시간에 이러고 있냐.... 새벽녘 짐을 잔뜩 싣고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강대교를 건넜다. 지난 한 달 반, 이 길을 매일 지나가고 또 지나갔다. 무엇에 이끌려? 어쨌든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기 위해? 좀 더 나은 작업을 하기 위해? 정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나는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어디로도 도망치지 못한채 그 길을 매일 횡단했다. 좀 더 나은, 그럴듯한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내가 살아있다는 이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또 확인할 뿐이다. 그래도 밥충이는 아니고, 그래도 모자라지만 최선을 다해서, 그래도 오늘은 한 줄을 더 쓰고, 그래도 무언가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착각과 의지속에서 휘청거리는 것이다. 사랑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가가기 위해서 그렇게 오늘 하루를 산다. 미약하지만 그렇게 또 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