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까
친구들이 다 돌아가고 다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친구 작업 도와주고 졸업식에 가고 작업 철수하러 두 번 정도 외출을 한 것 이외에 거의 집 밖을 나가지 않는다 원래 그렇듯이. 처음엔 미뤄둔 영화를 보거나 책 읽기를 원없이 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퍽이나 기대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집중해서 어떤 일이든 하기 힘든상태에 놓였다 어제서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증상을 종합해본 결과 신장의 기능저하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2년 전에 한 번 이런 진단을 받은적이 있다 소변에 단백질이 많이 검출되는데 원인은 단백질 자체를 잘 흡수하지 못한다는 것 둘째는 그렇다해서 억지로 단백질 식품류를 섭취하면 역으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한 두어주쯤 일을 해야하니 체력보충을 위해 닭고기를 자주 먹었는데 그래서인가 싶기도하고 평소에 고기를-적어도 여기에서 살면서-잘 먹지 않는 편인데 갑자기 과다섭취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불편한점은 화장실을 자주가고-원래도 남들보다 많이 가지만-현기증을 자주 느끼고 졸음과 피로감이 밀려온다 이것들 중 쏟아지는 졸음때문에 어제는 신경질이나 견딜 수 가 없다 원래 낮잠은 안 자는데 어제와 그제는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정도로 몸이 늘어져 결국 쓰러지듯 잤다 식사량과 운동도 늘 하던대로 하기 때문에 크게 체중변화가 생기지도 않았다 무언가 집중해서 할 수 없다는 것 몸이 버텨내주지 못한다는 게 괴로운 일이라는 것을 점점 이제는 안다 결국 내 몸뚱아리 하나도 제대로 건사 못하는데 다른 뭔가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시인이 '현대'문학을 하기위해서는 우선 체력부터 길러야한다며 술만 먹고 누워있는 친구들에게 호통치는 장면을 읽는적이 있다 어쩌면 여기서 말하는 '현대'라는 것이 개인의 자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이야 몸 아프면 옆에서 간호해줄 가족들에 둘러싸여 사는게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요즘엔 어디 그런가 하꼬방에 쓰러져 죽기 직전에 발견되는 사람들 혼자들은 예나지금이나 많다만 낭만주의적으로 보기엔 나는 한 게 없으니 그 줄에 설 수 도 없다 그저 정신이 덜 흐트러지길 바랄뿐이다 전에는 정없는 말같이 느껴졌던 이런 문장들도 선뜻 생각나는거다 남한테 폐끼치지않기 위해서라도 내 몸 간수를 잘 해야지, 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