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더 필요한 것인가
어떤이의 문장을 읽다보면 금방 주눅들게되고 또 어떤이의 것은 와, 내가 쓰고싶던 것과 굉장히 흡사하구나 그런데 정말 잘 안 읽히는군 한마디로 이렇게 쓰면 안되는거구나 하고 건방진 교훈을 얻을 때가 있고 사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들의 문장은 맛이나고 쫄깃하다 흠모와 사랑의 감정 마치 나를 위해 글을 써준듯한 착각에 빠진다 게다가 정말 나에게 적절하게 찾아든 선물처럼 흐믓해한다 그치만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상태이냐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필요한 문장들을 그것을 소유한 자들의 문장의 품을 찾아내 다시금 확인하는 것일수도 있다 나름 능동적인 독자라 할 수 있다
서울집에 있을 때 가장 책을 많이 봤던 시절 방바닥에 이불을 펴고 온몸을 돌돌 잘 말아서 손과 얼굴만 공기를 쏘이게 하고 책을 읽었었다 책상에 앉아 읽은시간보다 그 자세로 봤던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지금도 가장 선호하는 독서조건이다 문제는 여기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우풍은 더 심해지고 배가 고프기 시작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새로 생산을 직접해나가야하는 생활이라 여간에서 맘편히 책을 오래동안 읽기가 참 어렵다는 거다 배가 고파 밥을 먹고나면 배가 불러 누울 수 가 없고 책상에 앉아 읽기 시작하면 가뜩이나 엉덩이 살도 없는데다가 의자가 딱딱해 금방 피곤해진다 그래서 요즘엔 가능하면 일찍 모든 일과를 정리하고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는 시간을 앞당겼다 천천히 여유롭게 하루죙일 아껴둔 음식을 몰래 꺼내먹는 즐거움처럼 야금야금 그렇게 한장씩 파먹고 있다
외롭고 고독한 것은 혼자라는 사실을 나 혼자뿐이라는 상황을 엉겹결에 마주하게 되었을 때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감정의 깊은 수렁으로 발을 들여놓았을 때 문제는 누가 옆에 있든간에 별 상관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혼자 놀 수 없을 때 드는 생각이라는거다 근래에 들어 몸이 안좋다는 핑계로 외출을 거의 하지 않는데다가 서울에서 친구들이 책을 보내주니 말그대로 방콕생활이다 근데 지금 좋다 읽을거리만 안 떨어지고 물과 와인과 과일만 확보된다면 날씨도 옆집사람들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는데 도서관을 훔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