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태엽감는 새
"내가 말하는 걸 이해하겠니?" 하고 나는 물었다.
"알아요."
"그것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아직 어리고, 결혼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라요." 하고 가사하라 메이는 말했다. "그래서 부인이 어떤 마음으로 다른 남자와 사귀어 아저씨를 버리고 집을 나갔나 하는 것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를 들어본 바에 의하면 아저씨는 처음부터 상당히 생각을 잘못했던 것 같아요. 저어, 태엽 가는 새 님, 아저씨가 지금 말한 것 같은 일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해요. '자, 지금부터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라든가 '자, 지금부터 새로운 자신을 만들자.'라는 것 말이에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스스로는 잘했다, 새로운 다른 자신이 되었다, 하고 생각해도 그 껍질 밑에는 원래의 아저씨가 있는 거고, 무슨 일이 있으면 그것이 '안녕하세요.'하고 얼굴을 내미는 거예요. 아저씨는 그것을 알지 못하는 거 아녜요? 아저씨는 '외부 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그리고 자신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생각 또한 외부에서 만들어진 것이죠. 저기, 태엽 감는 새 님, 이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데, 어째서 어른인 아저씨는 알지 못하는 거예요?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히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지금 그것에게 보복당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여러 가지 것으로부터. 예를 들면 아저씨가 버리려고 했던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버리려고 생각했던 아저씨 자신으로부터. 내가 말하는 것 알겠어요?"
나는 잠자코 발치에 둘러싸인 어둠을 보고 있었다. 나는 뭘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봐요, 태엽 갑는 새 님." 하고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생각해보세요. 생각해보세요." 그러고 나서 다시 우물 입구는 뚜껑으로 꽉 덮였다.
/ 태엽 감는 새, 무라키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