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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 너머

Day_dreaming 2012. 10. 25. 22:04

드디어 가족들과 스카이프 연결에 성공했다. 070전화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우리는 새로운 도구를 찾아 며칠간을 고생했다. 스마트폰만 있었으면 이 모든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는 것을 오늘에서야 각자 인정하고 그래도 깔깔대며 한 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카메라가 없는 서울집은 내 얼굴을 볼 수 있지만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나는 랩톱을 들고 방이며 거실, 부엌까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집안을 보여주었다. 돌아오는 엄마의 대답은, 우리집보다 좋구나 였다. 그렇지. 내가 생각해도 이 나이까지 살면서 이 크기의 집에 환경에서 살아보는 건 처음이니까.


얼마전 백내장 수술을 한 할매는 내 얼굴이 변했다며 계속 물어댔다. 어디 아픈데는 없고, 다 괜찮냐면서. 문제는 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연거푸 말하면서도 할매는 본인 할말을 계속 하고 있었다. 제일 재밌었던 것은 집안이라 반팔을 입고있는 나를 보고 너는 여름에서 사냐고, 거기는 얼마나 덥냐고 되물은 것이다. 아빠는 서둘러 웹캠을 사겠다고 주장했고 엄마는 얼마전 아르바이트하다가 화상입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꼬마애에게 스마트폰을 사줬더니 집에오면 그것만 들여다보고있다며 실수한 것 같다고 하면서도 응원문자라도 한 통 보내주라고 당부까지했다.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각자의 말들속에서 나는 잠시 시간을 잊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 작은 화면을 두고 전화선을 붙잡고 간신히 힘을다해 열심히 노력하며 말을 잇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서로 멀리 떨어져있는지 잊은채 목소리 하나로 우리가 연결되어있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려 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