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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수 없는, 보지 않기
Day_dreaming
2014. 11. 4. 13:57
손등과 팔뚝에서 드러난 주름과 푸르게 솟아오른 혈관을 보고있자니 내 아비의 것과 흡사했다. 그 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발을 감싼 신들을 닦아냈을까 짐작이 된다. 신발 뒷축을 보면 그 사람의 직업 습관 걸음걸이까지 유추할 수 있다. 구둣방 아저씨의 발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손등처럼 앙상한 발등위로 헐거운 슬리퍼 덮개가 얹혀져있다. 코를 찌르는 구두약 냄새로 꽉찬 한 평 짜리 가게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남의 발들을 쳐다보고 신들을 닦아냈을까. 알 수 없는 노랫말이 흘러나오는 라디오를 들으면서 아저씨도 한 번쯤은 생각했을까. 나도 남의 신발을 신고 저렇게 알 수 없는 말들이 사는 곳으로 떠나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