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지 않는 마음
해가 지면 어쩔줄을 몰라 초조함에 한 잔 마시다보니 서글픈 생각들어 또 한 잔 결국 왜 이러고 사는가 스스로 구하지 못할 대답을 찾으려 또 한 잔 그렇게들 쓰려져갔고 간혹 그 사이로 사라지지 못한 말들이 시로 남겨져 사람들의 마음을 치고 또 움직이게 하고 그런 술주정뱅이들의 이야기 실은 낯설지가 않다 술꾼 자식 아니랄까봐 겁없이 들이켰던 시간들 며칠째 지독한 술꾼들의 이야기를 보고있으니 내 입술이 다 바짝 타들어간다 엄마도 자주 그런말을 했었지 술에 웬수진 것 마냥 마셔대냐 왜들 저러냐 낸들 아냐고.
기차로 한 시간 떨어진 도시에 전시를 보러갔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는데 40년 태생의 오슬로 출신 할배였다 그는 주로 그림을 그렸던 사람인데 집요하리만치 크든 작든 캔버스와 종이 할 것 없이 눈에 띄지 않을 구석구석을 자신만의 세계로 꽉 붙잡아두고 있었다 인상도 보통내기가 아니던데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 만들어졌다는 그의 다큐멘터리를 보고있자니 또 술 이야기가 나온다 아침 일찍 찾아온 카메라를 불쾌해하며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고 손사레를 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같이 식당으로 들어가더니 또 술을 찾는다 미친 사람처럼 말을 해대고 한 잔을 들이키고 결국 오전나절 호텔방에 들어가 쓰러진다 병원에 실려온 그는 이미 몇 주 전부터 음식물은 입에 대지 않은채 술만 마셔대고 있으니 몸이 성할리가 없다 게다 팔십이 가까워온 나이에 애처럼 말을 하고 요란한 몸짓으로 욕을 해댄다
한 가지의 주제로 오랜시간동안 그림을 그려온 터라 화풍은 비슷비슷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달라져가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갑자기 멈춰서게 된 그림 앞에서 귀퉁이에 조그맣게 적힌 문장을 봤다 사람들은 왜 손에 잡히지 않는 자유를 갈망하는가, 그의 평생 질문이었으리라 그러면서도 왜 그는 멈추지 못하고 스스로 망가뜨리면서도 또 다시 일어서는가 온몸으로 맞서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