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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감각

Day_dreaming 2014. 3. 25. 23:42

어떤 친구가 편지하기를, 한 달 동안의 즐거운 여행 끝에 시에나에 당도하여 오후 두시에 자신에게 배정된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열린 덧문 사이로 나무들, 하늘, 포도밭, 성당 등이 소용돌이치는 저 거대한 공간이-그렇게 높은 곳에 위치한 시에나 시가 굽어보는 저 절묘한 들판이-보이자 그는 마치 어떤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어서(그의 방은 하나의 깜깜한 점에 불과했다) 그만 눈물이 쏟아져나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고 했다. 찬미의 눈물이 아니라 <무력함>의 눈물이었다. 그는 깨달았다(왜냐하면 그것은 마음의 동요라기보다는 정신의 동요였음이 분명하니까). 그는 자기가 절대로 이룰 수 없는 모든 것을, 하는 수 없이 감당하게 마련인 미천한 삶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는 일순간에 그의 염원들의, 그의 사상의, 그의 마음이 무를 깨달은 것이다. 모든 것이 거기에 주어져 있었지만 그는 어느 것 하나 가질 수 없었다. 그 한계점에서 그는 지금까지는 그저 잠정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던 이별, 그러면서도 오직 그만이 원했던 그 이별이 결정적인 것임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의식했다고 말했다.

/ 섬, 장 그르니에


그저 시간에 나를 맡기고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기에 좋은 계절이 당도했건만, 또 다시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가 대기하고 있는 삶의 고리속에 스며있는 조급함. 원하든 원치않든 습관화된 무력감이 찾아 올 때면 두 개의 상반된 행동양식을 끄집어낸다. 차라리 곪아 터질 때 까지 내버려두거나 제3지대로 몸을 밀어내버리거나. 어쩌면 무력감, 이라고 느끼는 것 조차도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무언가를 애써 없던 공포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찾아드는 감각말이다. 살아있으니 그러겠지. 입은 닫아도 마음은 쉬이 안 닫히는 것 보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