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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여름

Day_dreaming 2014. 7. 8. 18:35

We shall not cease from exploration
And the end of all our exploring
Will be to arrive where we started
And know the place for the first time

/ T.S.Elliot, Four Quarters



여기에서


언어

자연

과거


여기에서 놀았다


놀았다


더러는 햇빛처럼

더러는 빗물처럼


그 사이 사이

그대도 있다가 없다가

그랬다


옷을 다 벗고 욕탕에 들어가기 직전

몸 계곡 들판 등성이 수풀


한때 그대도 여기에 있었으나

그러나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이 자연은 과거가 되었고


지금 그대 없는 자연은

언어가 되었다


놀았다


더운 물속에 쓰라린 상처처럼

바람 앞에 얼굴을 가리는 새처럼


결국은 아팠다

놀았으므로 지극히 쓰라렸다

/ 여기에서, 허수경



세 번째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 한여름의 태양이 식어버린 자리에 밤사이 물 웅덩이가 피어올랐다 여름의 도착은 가을 대신 언제나 너를 잡아당겼다 나는 이제 너에게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