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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난한 사랑노래

Day_dreaming 2014. 2. 27. 03:43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볼에 닿던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숨결
돌아서는 등뒤에 터지던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1988


마음이 가난해지면 제갖고 있는 것도 부정하게되고 눈앞에 펼쳐진 세상이 다 흐려뵈는 법이다. 그리곤 연인의 한 마디에 세상을 다 얻은듯 활짝,하고 날이 개인다. 때문에 무엇이든 쉽게 부정하고 탓할 수 없다. 가난도, 시간도, 사랑도 그 무엇도 내가 낳아 기르며 살아가는 법이니. 그러니 노래를 멈춰서는 안 된다. 슬픔도 기쁨도, 곡조마다 숨이 깃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