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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과 예보

Day_dreaming 2013. 4. 26. 16:09

지독한 수다쟁이인 것인지 상상력이 풍부한 것인지 안 쓰면 죽겠다는 각오로 써내려 간 것인지 몰라도 암튼 간밤에 한밤의 아이들을 다 읽었다 사실 엄청 긴 시간동안 미뤄가며 게으르게 한 독서였다 침대에 누워 거의 마지막장을 넘길 시간 갑자기 오전나절 들었던 보그 드문 월식 뉴스가 떠올랐다 얼추 시간을 보니 부엌으로 가면 볼 수 있으려나 하고 생각했지만 정말 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져서 마지막장을 덮자마자 잠들었다 내일 아침 일어나 나사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을거야,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살만 루슈디는 영어로 자신의 이름을 RUSHDIE 라고 표기했더라 처음 보자마자 픽 하고 웃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사람에 관한 이런저런 사건들을 종합해 볼 때 연관성이 있다고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이미 운명을 저렇게 정해놓고 책을 써대고 사건을 일으켜대는지 몰라도 전후가 뒤바뀐다한들 이 작가는 평생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살 사람이란 것을 단박에 눈치챘다 책 중간 중간 이 표현이 나오는데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은 대부분 우리가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내게는 내가 알 리가 없는 일들을 알아내는 재간이 어디선가 생긴 모양이고, 그래서 아주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데, 이를테면 이른 아침의 대기 속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듯한 그 안개도 그렇고… 아무튼 나는 거미줄에 뒤덮인 채 그냥 내버려두었다면 좋았을 낡은 양철 트렁크를 열었을 때 발견하게 되는 몇몇 실마리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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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월식 사진을 찾아보다가 저 문장이 떠올랐다 우리같은 천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망원경의 이름을 댄다한들 알 턱이 없겠지만 암튼 검은 우주에 희뿌옇게 보이는 달이 크게 찍혀있었다 아무런 떨림도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되려 마세도니아 어느 지역에서 찍었다는 나무와 달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후자가 나에게 더 익숙한 장면으로 다가와 일수도 있고 달 그 자체를 보는것이 두려워일 수 도 있다 모든 것을 가까이 볼 필요는 없다 어쩌면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환타지가 생성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 편안하게 내 방 구석에서 달 사진을 본다한들 내가 어찌 알 수 있을까 내 삶에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 라는 잣대조차 가져다 댈 수 없다 그래서 나에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는 내 스스로 온전히 판단할 수 가 없는 것이다 예측이란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다, 라고 짐작하며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만 실상은 벌어질 상황을 미리 계산하여 최악의 변을 피하기위한 도피의 방법이다 어쩌면 맞지 않아야 그 역할을 다 한 것일 수 있다 모든 것이 예측한대로 맞아버린다면 나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니 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진다 어쩌면 살만 루슈디의 저 말은, 우리 스스로 각자의 삶을 예측한 방향으로 기대어 살지 않고 자신의 이름처럼 돌진하기 위해 멈추지않기 위한 예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맞지 않다고 알아채자마자 다시 또 저 말을 하는 거다 음 그래 다음은 뭘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