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과 예보
지독한 수다쟁이인 것인지 상상력이 풍부한 것인지 안 쓰면 죽겠다는 각오로 써내려 간 것인지 몰라도 암튼 간밤에 한밤의 아이들을 다 읽었다 사실 엄청 긴 시간동안 미뤄가며 게으르게 한 독서였다 침대에 누워 거의 마지막장을 넘길 시간 갑자기 오전나절 들었던 보그 드문 월식 뉴스가 떠올랐다 얼추 시간을 보니 부엌으로 가면 볼 수 있으려나 하고 생각했지만 정말 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져서 마지막장을 덮자마자 잠들었다 내일 아침 일어나 나사 홈페이지에 가면 볼 수 있을거야,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살만 루슈디는 영어로 자신의 이름을 RUSHDIE 라고 표기했더라 처음 보자마자 픽 하고 웃었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 사람에 관한 이런저런 사건들을 종합해 볼 때 연관성이 있다고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이미 운명을 저렇게 정해놓고 책을 써대고 사건을 일으켜대는지 몰라도 전후가 뒤바뀐다한들 이 작가는 평생 가만히 있지 못하고 살 사람이란 것을 단박에 눈치챘다 책 중간 중간 이 표현이 나오는데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들은 대부분 우리가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내게는 내가 알 리가 없는 일들을 알아내는 재간이 어디선가 생긴 모양이고, 그래서 아주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데, 이를테면 이른 아침의 대기 속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듯한 그 안개도 그렇고… 아무튼 나는 거미줄에 뒤덮인 채 그냥 내버려두었다면 좋았을 낡은 양철 트렁크를 열었을 때 발견하게 되는 몇몇 실마리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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