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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한복판 빗길에서 미끄러져도

Day_dreaming 2011. 7. 14. 07:37

그러니까 각각의 질문당 딱 두문장씩으로 말해보란 말이야, 나 화장실 다녀올테니까, 알았지?

두 문장은 애초부터 안중에 없었다는듯 A4 두장짜리 문장을 줄줄줄 입밖으로 빼내고 있었는데도 친구는 묵묵히 들어주고 있었다. 가끔 내가 말을 하고있을 때 상대의 표정을 살피지 않은채 그저 말하는 것에 취해 쉴 새 없이 떠들때가 있지. 입장바꿔 자리바꿔 앉아있을 때 나는 가끔 딴생각도 하고 넌 뭐니 하고 흉도 보고 했지만 시간지나 나도 나이든건지 노인네들 신세한탄 곡타령을 하도 들어서 그런지 제법 듣는것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나에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이제는 좀 들을 수 있다. 듣고보면 다 맞는 말인데 문장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상대의 눈을 바라보며 도대체 저 인간은 나에게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늘어놓는건지 의심하고 좌절했었지. 진심을 오해하고, 오해가 쌍지팡이 집어들 관계로 뒤틀어진다해도, 이제는 지팡이들고 서로 삿대질 할 기력없는 사람들처럼 떠나가기 십상이라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든다. 생겨먹은 것 이래서 눈을 얇고 살살 뜨고 다니란 말이야, 외국애들도 너 무서워할껴, 그런가 허허허. 오만한 표정과 비뚤어진 성격과 그래도 네는 괜찮아 잘 살거야, 이러면서 다독여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전에는 길 가다 껌이라도 신발에 붙으면 소리소리 지르며 아스팔트에게 큰 죄 지은 사람처럼 눈을 흘겨댔는데 이젠 종로 한복판 빗길에서 미끄러져도 허허허, 하고 웃었다. 사실 재미있기까지 했다. 미필적고의, 우스워져도 좋다. 지금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