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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Day_dreaming 2013. 10. 12. 16:52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다달아 또 한걸음 더 나아간다는 뜻으로, 이미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것인 데 또 한 걸음 나아간다 함은 더욱 노력()하여 위로 향한다는 말

이라고 사전에 나와있던데, 내겐 끝을 뻔히 알면서도 거기에 다다르면 위험할 것을 알면서도 한 발자국 더 가보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드네. 다치거나 공중부양 둘 중 하나겠지만.


수일(守一)

: 한 가지를 지킨다.

마치 무사의 마음처럼 곧고 흔들림없는 자세. 어쩌면 부단히 흔들려야 중심 잡는 법을 배우겠지만 하나를 품고 평생을 살아간다, 아 도인들이 왜 이런말을 했는지 짐작이 간다.



새벽에 잠시 눈을 떴을 때 산란하다, 라는 표현이 생각났는데 마음이 흩어져 어지러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엉뚱한 이미지가 머리속에 그려졌다. 산란, 뜻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뭉실뭉실 안개처럼 알들이 생겨나는거다 마치 세포분열처럼. 하나의 점으로부터 끝없이 새로운 점들이 자기복제를 반복해서 결국 시작점을 잃어버리는, 머리와 마음속에 수많은 알들로 가득메워 차오르는 상태를 견디기 힘든 모양새가 아닐까. 


한자는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고 한시가 점점 좋아진다. 뜻을 제대로 알고 읽고 싶지만 원채 까막눈이라 이거야 잘못하면 헷소리 뜬구름 잡는 도인인척 하게되기 십상이다 오늘 알게 된 재미난 사실 중 하나는 이백이 마흔이 될 때 까지 스스로의 삶도 위치도 불안정함을 느끼며 괴로워하다가 어느 날 강태공이(그 고기잡는 강태공) 몇 세에 출세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입을 다물었단다. 강태공의 나이 여든. 그는 그 때 까지 고기 잡는 척 하면서 산세에 파묻혀 지냈지만 사람들은 저 자가 헛짓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한시도 낚시대를 손에서 놓지않고 늘 강가에 앉아있었는데 후에 강태공 왈, 나는 고기를 잡은것이 아니라 시간을 기다리고 세월을 천하를 낚으려 했다나. 어쨌든 끈질긴자는 결국 뭐든 하게되고 뭐든 하게 된 자들은 스스로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능통해있었다라는 것. 하나를 지키기위해서는 수없이 백척간두진일보가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 건가, 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