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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Day_dreaming
2016. 2. 13. 13:33
개중에서 내 아비와 가장 비슷한 것은, 다름아닌 소심함과 울분을 꼽을 수 있다 자신이 먹고 자라야 애미의 젖 대신 일찍부터 설움과 술로 허기를 채우고 죽지 않기 위해 부단히 살다 때이른 오십이 되서야 비로소 소년티를 갓 벗었다 그 후에 그는 급속도로 늙어버렸고 울분은 더욱 가득 찼다 여전히 이 세상에 자신을 온전하게 맡기고 의지할 대상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부정하지 못한채 끙끙거리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위한 증명을 타인에 의한 기대와 부응 바람 등으로 겨우 모면하고 남은 자리에 술을 부어 하루를 마감한다 그 아비의 소생인 나로서 더 낫다 다르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서른이 지나자 알게 되었다 각자의 몸에 짙게 자리한 아무도 대신 할 수 없다는 그 고독을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재산임은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