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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30

Day_dreaming 2010. 8. 31. 09:45

08.30. 영주 부석사.

태아의 형태가 제 모습을 갖추기 전에는 물고기 모양이듯이, 사람들은 체제순응자가 되기 전에 잠시 진보주의자가 되었다.
태아가 바닷속에서의 전생을 기억하듯이, 그들은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갖고 조금 놀다가 때가 지난 장난감을
버리듯이 삼박자 변주곡인 샤콘이나 모차르트의 미사곡을 버리고, 아이를 만들고 오후에 브리지 놀이를 하는
실제적인 일로 돌아섰다. 그들은 중후하게 보이도록 발자크나 단체, 마틴 부버를 책장에 진열해놓고,
증권시장의 변화에 신경을 쓰고 뷰익이나 캐딜락의 장단점을 논하는 가정적인 사람이 되었다.
남자든 여자든 마흔다섯 살이 되면, 그들은 자기들도 한때는 그런 것에 빠진 적이 있었노라 얘기하고 싶어할 것이었다.
자기들도 한때는 홍역이나 이하선염을 앓았고, 무대에 서고 싶어한 적도 있다는 얘기를 할 것이다.
그들은 이런 것을 자기들의 자식들에게 얘기하면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것이었다.
그때쯤이면, 그들이 살았던 작은 집들은 거북 껍질이 자라는 것처럼 커져서 우아한 집들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작가가 되지 않았고, 화가가 되지않고, 남아프리카에 맞는 무대를 세우지 않고,
새들러스 웰즈에서 댄스를 하지 않은 사람들도, 아무리 그들이 한때 이런들을 하는 사람들처럼 일하고 말하고
살았다 하더라도 중요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러한 열렬하고 진지하고 강렬한 사람들은
주로 사이비 지식인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런 사람들이 진짜와 구분되지 않았다.
모두가 작가, 화가, 배우, 댄서, 지도자가 되리라고 믿었다.

(중략)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잠을 자다가 막 깨어나려고 하는 사람들 같았다.
나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런 저런 일을 하는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안나, 정원사, 그리고 특히 영내와 수갱 사이에서 웃통을 벗고 일하는 흑인 광부들은 모두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고 놀라운 일이지만, 나는 그들을 개인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언제나 나에게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만큼이나 흥미없고 멀기만 한 존재였었다. / 나딘 고디머, 거짓의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