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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_dreaming
2010. 9. 27. 12:24
우리는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하지 않았다.
본디 본업에 집중할 수 없을 때
잡다한 것들 - 특히 타인의 선경험으로 일말의 신뢰가 느껴지는 - 에
무섭도록 몰두할 수 있다.
저 땅끝 완도 부둣가에서 45분 남짓 걸리는 배를 타고 망망대해를 건넜다.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낯설음 혹은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을 저 멀리 어딘가로 마음을 넘겨줬다.
아, 그렇지, 얼마 전 새벽 TV에서 본 추자도.
그곳에 가보면 좋겠다. 완도에서 제주까지의 직행배를 뒤로하고,
중간에 추자도를 잠시 들르는 배로 옮겨탔다.
섬은 온전한 장소이다. 온전히 고립되어 보여도 늘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출발점, 누군가는 긴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 도착점이
맞닿아있다.
이것은 지난 제주여행 때 생각한 것인데, 섬을 둘러싼 많은 배들을 보면서
한결같이 저 배들에 달려있는 밧줄들이 배를 탄 자의 운명을 가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움직일 수 도 있고, 멈출 수 도 있다.
추자도는 낮은 담벼락들이 즐비해있다.
골목을 가로지를 때 마다 저 멀리 바다가 조금씩 보인다.
추자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물다가 다시 제주로 가는 배에 탔다.
완도에서는 3시간 반 정도 걸리지만, 추자에서는 1시간 반이면 너끈하다.
제주!
표선으로 가는 동일주노선 버스를 탔다.
다시금 처음 갔을 때 느꼈던 그 이국적 풍경에 둘러쌓여있다.
표선 읍내에서 해비치를 지나
낮고 푸른 바다들을 눈에 가득 담는다.
그제 한 시간동안
머릿속으로 저 땅끝 완도 부둣가에서
표선 앞까지 다녀왔다.
책상머리 앞에서 수없이 여행을 떠나고
반신반의하고 현재에 목도한 것들을 들춰낸다.
그 옛날 여자들이 글을 배우고 돌아다니기 어려웠던 시절,
천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방안에서 여행을 했던
많은 여자들을 떠올려 본다.
알면서 하지만 말하지 않는 것
끊임없이 누군가로부터 도망치고
끊임없이 다시 누군가에게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
죽음이 아닌, 절연과 단절의 반복.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거란
막연한 기대감처럼
무서운게 또 있을까.
무서운게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