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1도의 차이

Day_dreaming 2011. 4. 24. 22:00
어느순간 주말에 집에 있게되는거야, 고맙습니다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몰라.
그래서 누구한테 고맙게 되디?
하하하하하.

다들 마음속에 진저리치도록 외로운 주머니를 하나씩 장기마냥 달고 사는데 연애가 극약처방이 될 수 없고 하루밤의 농밀한 대화가 보험이 될 수 없다. 이제는 좀 주변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해보는 게 어때? 따위의 금연 전화 상담원보다 약발 딸리는 위로를 늘어놓고 있자니 내 참 너 누구한테 하는 소리냐 싶고, 그럴 때 그냥 손이나 한 번 잡아줄 걸 하고 후회한다.
그래, 손 한 번 잡아주는 것. 그럴 때 잠시나마 우리는 서로의 온도를 느낄 수 있어. 이해한다고 너는 할 수 있다고, 너는 근사하다고 말로 때우며 의젓한 척 하는 대신 그냥 내가 먼저 다가가 손 잡아주는 것, 할 수 있잖아. 그런 거 잖아.
서강초등학교를 넘어오는 작은 언덕은 밤이 되면 왜 그렇게 가파르고 높게만 느껴지는지. 저 멀리 번쩍번쩍 강변북로, 서강대교 사이를 달리는 차들은 누구를 만나러 가는 것이니. 몸을 부르르 떨며 더 이상은 싫어, 그러니까 니 살길 찾으렴 이라는 말 까지 듣고 나왔는데 모든 소리가 대포소리처럼 들려 쥐죽은 듯 한 고요를 기대했는데 텅 빈 집을 들어서자 왜 다리가 풀리는 거니.
집을 비운 친구의 자리를 보일러가 말해준다. 어제까지 20도였던 보일러 눈금이 몇 시간째 19도에 머물러있다. 너의 온도가 이 집안에서 사라져버린거다. 누군가에게 용기내어 잠시 좀 기다려요, 라고 말했을 때 나는 얼마나 떨렸는가. 서로가 함께일 때는 다른 온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거니. 김태용 감독이 그러더라 만추를 처음 생각했을 때부터 마지막 장면은 여자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으로 끝내야지 했다고. 거기서부터 영화는 시작되는 거라고. 여행하는 마음으로 여자를 따라가보는 거라고. 기다림의 시간, 그 온도는 나 혼자 견뎌야 하는 거니. 언제까지 그런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