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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Day_dreaming 2017. 4. 30. 15:35

안그래도 청소를 할 참이었다. 반나절 일을 좀 하다가 저녁에 할 것인지, 먼저 청소를 하고 일을 할 것인지 생각하며 설거지를 마칠 무렵이었다. 갑자기 싱크대 바닥부터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가끔 꾸는 그 꿈처럼, 물이 소리없이 내 몸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어제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알 수 없는 물 웅덩이 2개를 발견했다. 바닥에도 천장에도, 도무지 물의 시작점을 알 수 가 없었다. 마치 귀신이 다녀간 것 마냥 주변을 깨끗한 말간 물 웅덩이었다. 하루밤 지나고 나서도 같은 일이 생기면 그때야 원인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에 닦고 곧장 잠을 청했다. 길고 긴 하루였다.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거니, 이미 옆집 아주머니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나서야 이게 우리집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리공 아저씨는 일요일 오전부터 왜 부르냐고 툴툴대며 일을 시작했다. 애초에 시공자체가 문제여서 싱크대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고는 공사가 어려운 상황인데, 다행히 옆집 아주머니네 싱크대를 드러내서 공사를 시작했다. 나는 청소를 할 생각이었으나, 이 판국에 뭘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이 문제가 해결이 되야 청소를 하든 일을 하든 할 수 있는 상황인거다. 양쪽 집 문을 다 열어재껴놓고 주인집 내외와 수리공 아저씨는 동분서주했다. 무력감이 몰려왔다. 일단, 베란다 청소를 위해 물티슈가 필요하니 그것이라도 사놓자라는 생각에 잠시 밖에 나갔다.

공사는 정오가 다 되서야 끝이 났다. 주인집 아저씨는 여러차례 내게 쉬지도 못해서 어떡하냐며 미안하다는 말과 되도록 빨리 끝내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결과적으로 우리집 공사를 더 빨리 마쳤다. 멍해진 몸을 끌어세워 대청소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의례 하는 것인데 오늘은 유독 더 몸이 무거웠다.

얼마전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올해 봄은 유독 긴 느낌이라고. 생각해보면 늘 봄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서성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럼에도 올해 봄은 그 기다림의 시간이 더욱 길게 느껴진다. 자주 몸이 아프고 피곤했고, 무력감이 밀려왔다. 당장 내일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할 예정이라, 오늘 청소와 재충전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물난리로 대미를 장식했다. 호락호락, 순순히 넘어가는 법이 없다. 4월, 그리고 봄의 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