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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ude

Day_dreaming 2012. 11. 16. 17:39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머릿속에만 고여있는 것들이 활자로 옮겨가고 소리로 뱉어지는 과정에 대해 몰두하기 시작했다 한글이든 영어든간에 단어를 소리로 말해지는 그 순간이 기묘하고도 좋았다 상반기에 두번째 책을 만들면서 작업이 마무리 되어갈수록 악보를 열심히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그 때는 당시에 가지고있던 글감들과 연결성이 떨어져 형태적 실험까지는 손대지 않았다

여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었던 책의 한 구절에서 호주의 원주민들의 'Songlines' 를 알게되었고 어쩌다보니 나는 8월에 남반구에 가있었으며 고래를 봤고 내가 떠나왔던 길들을 다시 생각하게되었다. 기록을 위해 문자가 발명되고 점토, 돌, 나무 등 여러 매개를 통해 간직되고 전해지는 것과 달리 Songlines는 보이지않는 지도와도 같은 것이라 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한 번도 방밖의 세상을 마주한 적이 없었던 사람 혹은 이동과 이주가 삶 자체가 되어 점으로 그려진 발자국 지도를 갖고있는 사람, 나는 이 둘 다에 해당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다시 문장을 쓰는 것으로 이야기를 돌아가보자면, 어린시절 잠시나마 배웠던 피아노는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까지도 몇 개의 곡을 기억하고있고 무엇보다 타이핑을 하면서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도도도 내가 손가락으로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난다 마찬가지로 내가 활자를 누르는 순간 자음과 모음들이 붙었다가 떨어지고 단어가 생성되고 문장으로 연결된다 내가 쓰는 문장에서 그 시들에서 소리가 연주되기를 바랬다 음악처럼 혹은 그냥 하나의 작은 소리로.

튜닝과 소나타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프로젝트의 제목은 여덟개의 손가락 여행-A JOURNEY OF EIGHT FINGERS-이다

도에서 다른 옥타브로 여행하는 8개의 음계, 8개의 이름을 가진 이야기들, 그리고 소리들

이것이 나의 Songlines 라고 부를 수 도 있다. Etude는 보통 습작, 연습곡이라는 의미를 뜻하는데 어쩌면 이 단어가 가장 적합한 제목일 수 도. 말과 글이 표현하는 상상의 세계, 그리고 소리가 그곳으로 이끈다.

오늘부터 그 연주를 본격적으로 연습한다.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