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no answer
나름 긴장감있게 시작한 하루다 더욱이 이번 한 주가 그럴게다 삼일 연속으로 미팅과 수업, 목요일에는 당일치기 쾰른 수학여행까지 집밖을 나가기 시작하면 촘촘하게 것보다 몰아서 일정을 만드는 편이고 나가지 않을 때에는 담배 태우러 베란다에 가는 것 말고는 없다 전 주까지는 아홉시가 되야 하늘색이 어스름하니 해가 비추더니 오늘 아침은 여덟시쯤 밝아오기 시작했다 문득 동지가 한 해 중 가장 낮이 짧고 밤이 긴 날이고 그 날이 지나고나서부터는 조금씩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저 4월 한식 때에는 처음 찬 음식을 먹는 날, 그리고 두어달 지나면 해가 가장 긴 하지 요새는 절기가 정말로 유의미한 것이구나 느끼지만 것도 지구온난화니 어쩌니 하다보면 도루묵 될 거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밤새 싸리눈이 내렸다
지난 주 헛걸음하고 돌아왔던 이론 수업이 오늘 첫 날 시작되었다 스스로 철학자요,라고 말씀하시는데 이 양반 재미난 점은 입을 떼시기 전까지는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인상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계속 두리번 거리다가 막상 수업이 시작되고 나니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셨다 최근 집필중이라는 본인의 책 주제와 이번 우리 수업의 내용은 상당부분 일치한다고 운을 뗐다 예술 교육 그리고 예술 교육 기관의 역할 근본적으로 미, 아름다운이 무엇이며 어떻게 다뤄졌고 다뤄야 하는 것인가 그런거였다
대번에 듣자마자 눈을 쏘아봤다 안그래도 최근 모더니티와 미학, 이 시대에서 미학이 다뤄지고 있는 방식은 둘째치고 수행자의 입장에서 나는 모더니티 조차 아리송한데 미학, 이라니 건들거리는 태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궁금하던 참이였다 암튼 오늘은 주로 '그리스'시대에서의 미에 대한 기준, 즉 "Truth', 'Good' and 'Beauty'는 매우 깊은 상호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한마디로 좋은 것은 진실 진실된 것은 아름다움 아름다운 것은 진실한 좋은 것.
후반부에 조지 스타이너가 인터뷰한 비디오를 20분 가량 봤는데 다양한 예시와 입장들을 밝히면서도 간간히 아니 나는 이 말밖에 귀에 안들어왔다 "I have no answer." 질문자는 날카로우면서도 간결하게 말을 건넸지만 그는 저 말을 자주 뱉었다 물어본 사람 기운 빼려고 한다거나 진짜 별생각 없어서라기보다 저 말 자체가 답변이라고 여겨졌다 그리고 저렇게 말할 수 있는 입장, 상황, 진심, 그리고 용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사람들의 그의 의견을 궁금해하고 끊임없이 묻는 현상 아.
혼자 조용히 뱉어봤다
I have no answer
그리고 그는 간간히 이 말도 했는데,
How is that possible?
단정적인 답변을 주지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머릿속에 손끝에서 써내려가는 글을 통해 사람들을 향해 묻고, 또 묻는거다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것들, 의미있는 것 혹은 버려진 것, 질문하지 않는 것에 대해 침묵하는 사람들을 향해
저 두 마디로 시작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