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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dying

Day_dreaming 2013. 5. 6. 17:04

하루종일 이런저런 일정들-대부분 기다리는 시간이겠지만-을 소화해야해서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학교에 왔다 다행히 한 번 해봤던터라 재빠르게 보드에 이름도 적고 나무도 골라 잘라두고 잠시 숨을 고르러-사실 기계를 쓰기위해 또 기다리는 중이지만-카페테리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1층 중앙에 사람들이 빙둘러서서 뭔가를 보고있길래 이 시간부터 뭔일인가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봤더니 낯모르는 사람의 사진과 꽃, 그리고 방명록이 놓여있었다 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이 지난 주에 돌아가신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일종의 추모 테이블이었다 영어와 이 나라말로 간략한 양력이 쓰여있었다 1960년대 11월 14일생의 누군가가 2013년 4월 23일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떠올려보니 작년 이맘 때 쯤에도 오랜 투병생활을 해오다 돌아가신 선생 한 분도 같은 테이블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역시 50대를 갓 넘긴 나이었다 OECD인지 유럽내에서인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가장 적은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이 나라사람들도 일찍가고 늦게가는 것은 사람의 운명인갑다 어쩌면 예술가라 단명하는건가 참 잘 모르겠단 말이다 어제는 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잘 지내냐는 말-실은 무수한 뜻을 담았지만 고작 입밖으로는 그 한 마디만으로-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앞으로 내 하고 싶은대로 살거다, 라고 덧붙혔다 말을 하고나니 언제는 내마음대로 안살았던 사람마냥 뱉고나니 내 스스로가 우스웠다 오래 살려고 운동하고 살을 빼고 담배를 끊고 술을 안 마시는 삶, 아 나는 진즉부터 그런 웰-빙 한다는 자체가 중요하게 느껴지지도 지키려 해본적도 없다 가족들이 차례로 아파서 쓰러지고 그 때문에 서로의 인생을 갉아먹는 상태까지 몇 차례 있었지만 정작 나는 그렇게까지 악을 써가며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 누군가 예전에 잘 살아가기 위해서라기보다, 어차피 모든 인간은 종국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니 어떻게 ' 잘 죽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들은적이 있다 어쩌면 도사님같은 말같기도 하고 허무주의자의 술취한 소리같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가. 예전 엄마 고향동네에서는 객사한 망자는 관조차 동네 안으로 들이지 못하게 했던데 죽은 후까지 뭘 그리 야멸차게 구는가 싶었다 죽은자는 말이 없지만 남은 자들은 해야 할 일이 생겨버린 것 그러니 온전하게 따뜻한 마음으로 잘 보내주는 것 조차 어렵고 처리해야 할 일들에 진이 다 빠져버린 거다 박인환이 죽었을 때 친구들이 달려와 차갑게 식어가는 그의 몸에 생전 그렇게 좋아했다는 조니워커를 뿌려줬다는 사실은 문자그대로 낭만, 이외에 덧붙힐 말이 없는가 결국 한줌의 재와 연기로 사라져버리는 인간의 삶은 얼마만큼의 무게라 말할 수 있는가.


몇 주 째 이상한 댓글들이 달려 관리자 모드로 이 블로그의 유입경로를 뒤져봤더니 몇 개의 공통된 검색어로 방문한 흔적이 보였다 그 단어는 바로 '위로시'였다 내가 그런 이야기들을 그리 잔뜩 써놓았는지 잘은 모르겠다만 어쩌자고 사람들은 우두커니 모니터를 보고앉아 그 단어를 검색했을까 아니 해야만 했을까 무엇에 그렇게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것일까 우리의 삶이 각자의 시간이 도대체 어떻게들 흘러가고 있는 것이냐 아침부터 들큰하게 진한 술 생각난다 뭐냐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