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Day_dreaming 2013. 4. 26. 21:55

사랑 속에 있으면 주위에 있는 모든 전원의 풍경들이 제 소리보다 더한 소리를, 제 빛보다 더한 빛을, 제 빛깔보다 더, 더 선명한 빛을 띠고, 사랑이 떠나가면 모든 것이 니스로 칠한 것처럼 보인다는 베르테르가 옳았다. 모든 것이 너무 선명해서 차라리 투명한 느낌이랄까. 그녀가 서 있는 곳, 그곳은 고대였고 내가 서 있는 곳, 이곳은 20세기. 나는 하남을 불러보았다.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 그녀도 이 시간, 내가 서 있는 시간 속에 있구나. 다행이었다. 참으로 거짓말 같은 참말.

/ 박하, 허수경



아침나절부터 비가 내린다 창밖에 빗방울이 빗금을 긋고있다 사람들은 빗금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점점 더 조밀한 빗금들이 그어지고있다 빗금들이 걸어다닌다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면서 그러다 마주한 빗금들은 잠시 사라졌다 걸어간다 소리도 자국도 없다 그저 위아래로 내리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