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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3

그 해 봄, 봄이라는 말이 아직 내 입속에서 제대로 굴려지지 못한 채 머나먼 이국의 도시에서 현장을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세 번째 봄이 오고나니, 이제서야 '봄'이라는 말을 다시금 꺼내본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눈물과 고통과 말들을 삼켰어야 했을까, 그들은, 우리는. 그렇게 망망한 바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기다릴 수 밖에, 지켜볼 수 밖에.

image 2017.03.23

항구

처음으로 수학여행을 갔던 곳이었다. 비행기가 아닌 차를 타고 국경을 넘어서야 내가 유럽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그 후로 여러차례 국경을 넘었건만, 결국 땅이 아닌 바다에 서서야 내가 먼 곳에 도착했음을 알았다.오래전부터 이민자들과 임시 거주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장소. 나는 오랜만에 이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소설을 통해서 오래전 이 장소를 다시 떠올렸다. 바람은 매서웠고, 빛은 따뜻했다. 지금 나는 다시 서울에 돌아왔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느낌은 여전하다.

image 2016.12.07

그렇게 봄이 또

지난 5일간 하루종일 사람들 얼굴을 맡대고 지내느라 몹시 지쳤었는데, 막상 문을 닫고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마음의 구멍이 뻥,하고 뚫린듯 했다.그래도 지난 1년,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하루라도 더 보고싶은 마음이 찾아드는 것이다.수 많은 낮과 밤 작은 테이블에 모여앉아 술과 밥을 나누고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우리의 일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그렇게 한바탕 간밤을 치르고 아직 깨어나지 못한 내 몸은 또다시 흔들린다.그래,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또 봄을 살고 있는 것이다.겨우내 잠든 것들이 깨어나고 일어나 삶을 살아갈 때, 생생함 한 가운데는 분명 흔들림이 있다.그래서 봄이, 4월이 아름답게 슬프다.

image 2016.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