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Auster 5

아직 해가 지지 않았어

일년 중 가장 낮이 짧다며 밤이 가장 길다며 왜 아직 해가 지지 않는 건가 아침부터 두서없이 활자들을 읽어대도 왜 아직 해가 지지 않는 것인가 한 줄 도 쓸 수 없잖아 이러면 안 되는 거 잖아? ---------------------------------------------------------------------------------------------------------------------------- 시,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 시. 그것은 벽과 벽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것은 하나의 벽이 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그것이 되어야만 하는 어떤 것, 그것이 될 수 있는 어떤 것이 되기 - 타자를 향해 나아가기, 움직여가기 - 위해서, 그것은 그 자..

TEXT 2010.12.22

re:

오랜만에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다가 오스터의 리스트들을 다시 쭉 봤다. 작년 여름 누군가의 생일선물로 주었던 굶기의 예술 The art of hunger, 당시 내가 거의 마지막으로 샀던 기억이 난다.(그 이후 온갖 사이트를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절판되었다.) 오늘 아침 소피 꺌과 함께 쓴 책을 둘러보다가 "폴 오스터의 뉴욕통신"이라는 괴상한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신간인 것 같지 않고(네로가 뉴욕에서 친필사인을 받아준 Travels in the Scriptorium이 가장 최신작인듯) 내용을 쭉 훑어보니 굶기의 예술의 인덱스와 일치했다. 그렇다, 굶기의 예술이 재번역되어 나온것이다!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내심 제목이 마음에 안든다. 뉴욕통신이라니! 암튼 몇 차례 읽고 곱씹으면서 오스터의 문장에 반한 ..

TEXT 2008.02.08

결정적 순간

도시 생활을 그렇게 얼핏 본 것들로부터 나오는 감정은 어떤 사진을 바라볼 때 느끼는 것과 대충 같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이 아마도, 이러한 문맥에서 기억해야 할 중대한 개념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준비성이다 : 시 한편을 쓰겠다는 혹은 사진을 하나 찍겠다는 기대를 갖고서 거리 속으로 걸아나갈 수는 없겠지만, 그런 기회가 언제 나타나든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 '작품'은 그것이 세계에 의해서 당신에게 주어질 때에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세계를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고, 하나의 시로 인도해줄 그 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어야만-설사, 그것으로부터 아무런 시도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한다. 레즈니코프는 그 도시를 헤치고 걷는데, 그러나 대부분의 시인들처럼 "..

TEXT 2007.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