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탈리, 정말 그런 이야기가 전해옵니까, 여기에?" 프롬 교수가 무바탈리에게 물었다. "촌로들은 다 그렇게 얘기하지요. 촌로들의 할아버지들도 그렇게 얘기를 했을 것이 틀림없고요. 이곳은,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오지라서, 한번 이야기가 생겨나면 저 바위들처럼 완강하게 버티지요. 잊히지 않으려고 사람의 혀로 들어가요. 그러면 혀가 물레가 되어 기억들을 지어내는 건데, 기억들을 베틀 위에 올려놓고 키림(kilim, 양탄자)의 무한한 문양을 짜내는 것처럼 이야기는 만들어지는 거고요. 기억은 사라지고 문양만 남지요. 그러니 기억은 이야기가 생겨나면 사실 사라지는 겁니다. 잊혀지는 거지요. 그러니 이 일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 허수경, 박하 (일일연재 60회) 중에서 아우, 아우, 아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