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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그 시간에 어디에선가

Day_dreaming 2013. 11. 17. 00:09

메토디우스와 그의 동생 퀴릴로스는 어린 시절부터 테살로니카의 새와 아프리카의 새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스트루미차 강에서 날아온 제비와 나일 강에서 날아온 제비는 서로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알바트로스는 세상 어디에서나 같은 언어로 말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 하자르 사전, 밀로라드 파비치



점점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빠르게 익히는 중이다 어릴 때에는 항상 화가 나있었는데 그 때에는 그것을 중단시키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랬는지 혹은 식기도 전에 새로운 화가 다시 솟구쳐서 그랬는지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 상태가 유지되었었다 아니 그저 화가 난 상태로 살았다 지금은 그 때 보다 훨씬 화를 누르고 끊어내는 것에 숙달된 것은 비단 나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말인즉슨 화를 내도 그것을 토해낼 혹은 선보일 사람이 주변에 없기 때문이다 해서 화가나는 것도 아픈것도 서러운 것도 배고픈 것도 그 즉시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자명하게 깨달은 것이다 한마디로 화풀이 상대가 없어서 그런거다 어쩌면 다행일 수 도 있고 이게 곪으면 정말 골치아픈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오늘 선택한 방법은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세계의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사실 이게 가장 빠르게 신경과 집중을 이동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젊은 신경과학자 두 사람이 나와서 인간의 특정 기억을 없애고 이식하고 재구성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비디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요즘에야 온갖 영화에서 이 문제를 다루니 새삼 특별할 것도 없어보였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지 알게되었고, 일반 대중들의 관심은 대부분 자신을 제외한 타인의 실험결과를 알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자기는 무서우니 다른 사람이 대리체험을 하고 그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지 알고 싶다는 식의 태도들인 것이다. 게다 이 두 사람이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 앞서 제시했던 예시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빠르게 자극할만한 이야기였다. 예컨대 길을 걷다가 예전 애인과 딱 마주쳤다고 하자, 보통의 경우 거의 빛의 속도라 할 만큼의 짧은 시간동안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고 어떻게 행동을 할 것인지 판단한다. 즉, 쿨한 척 하면서 악수를 건네거나 못 본척 그저 지나가거나 거의 자폭하는 심정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해서 이 과학자들은 이런 제안을 한다. 만약, 당신의 원치않는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럼 길 거리에서 옛 애인을 마주쳐도 서로 얼굴을 못 알아보거나 창피했던 순간을 잊은채 당당히 맞설 수 있다, 뭐 그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글쎄, 내 경우 지나간 옛 애인과의 시절이든 죽기보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든간에 그 때의 나는 그 순간 죽었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서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 보냈던 그 시간들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은 부분으로써 기능이 죽어버린거다. 전에 이 이야기를 애인한테 했다가 깨나 당황한 모습을 봤다 또 이렇게 생각할 수 도 있지 대신 그 이후의 시간은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뭐 말장난 같지만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헤어졌던 연인과 다시 만난다면. 그건 심패소생술이 성공한거라고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