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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택시

Day_dreaming 2010. 8. 5. 14:57
"아가씨 얼굴에서 마지막 남자친구 그늘이 짙게 남아있어요.
그 남자친구분이 원래 좀 어두운 사람이죠?
그래서 그런가, 아가씨도 많이 어두워 진거 같네요.
원래 활달하고 발랄한 사람인 것 같은데?"
"...."
"그렇죠? 내 말이 맞죠? 그러니까 이제 좀 잊고
툴툴털고 옷도 예쁘게 머리도 하고 화사하게 하고 다녀요.
그렇게 그늘진 사람마냥 창백한 얼굴로 다니지 말고."
"내릴께요, 이걸로 계산해주세요."
"아까 제가 말했었죠? 얼마전에 손님 분 중에 저한테
빨리 신내림 받으러 가라고 했어요. 암튼 아가씨도 잘." / 툭.
"이거 가져가요"
"왜요?"
"그냥 선물이예요."

그늘진 얼굴 피라며 이런저런 훈수를 늘어놓던 아저씨가
시커먼 야구 모자를 내 손에 건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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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말 마따나 우리 나이에 그리고 요즘 세상에 집안이나
주위에 우환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기는 하나.
내 참. 아저씨야. 신내림이라니요.
게다가 마지막 남자친구 이후 그늘졌다고 말씀하시기엔
생겨먹은게 원래 창백한디.

괜한 얘기를 들어버렸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도 적은데
그 안에서도 가끔 안 들어도 될 말을 많이 전해 듣는다는
생각 때문에 가끔은 괴롭다. 으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