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전 다른 도시에 가서 부재자 선거를 마친 후라 나는 결과를 기다리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촌각을 다투듯 모든 포털 사이트들과 SNS 페이지들에서는 지금도, 무수한 기사들과 의견들이 쏟아지고있다 흡사 뗄감을 주워모아 불을 한창 지피려는 가장 생동감 넘치는 순간에서 나는 멀찌끼 떨어져 불구경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차 때문에 내일 정오즈음엔 대략의 결과를 알게 될 터이고 아마도 새벽에서 오전으로 넘어가는 시간 즈음 가장 큰 불꽃이 타오를 것이라 예상된다 어리숙한 생각이지만 서울보다 8시간 느린 곳에 살다보니 순전히 여기 기준으로 생각해봤을 때, 그래서 한국은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건가, 싶을 때 도 있다 다시 생각해봐도 멍청한 생각이다.
어제는 기사 읽는 것도 지쳐서 토론회 영상을 잠깐 보다가 자기 전 1985 남영동을 봤다 보기 전 부터 망설였고 낮에 본들 밤에 본들 마음이 무거워질 것은 매한가지라 생각난 김에 봤는데 역시나 간밤에 거의 잠을 못잤다 지금도 온몸이 무겁고 머리는 돌덩이 그 자체다 과거의 한 사건, 누군가의 고통, 여전히 남아있는 잔재,로만 설명하기엔 무게가 크다 말도 안되는 문장을 써놓고도 덧붙힐 말이 딱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납치 후 엄청난 고문과 모욕의 시간을 보내시다가 돌아가셨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더 먹먹했다 놀라운 것은 타인의 문제,라고 거리를 두며 보려해도 그 흡사한 기억과 경험들이 빠르게 연상작용으로 옮아가 또 다른 상처의 시간을 불러들인다 의도하든 그렇지않든 그것만이 나를 그 문제로부터 한발자국 멀어지게 하는 본능적인 방패를 꺼내들 수 있는 힘을 남겨주는 것인지. 공감이라는 감정이 그리 쉬운 반응은 아니지만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 인내심은 대단히 중요하다 안다,고 말하는 순간 더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거나 노력하지 않는 위험한 단계에 빠져들면 안되는 것. 때로는 한 마디 말보다 몸으로 반응이 오는 경우가 있다.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