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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

Day_dreaming 2007. 4. 24. 17:32
도시 생활을 그렇게 얼핏 본 것들로부터 나오는 감정은 어떤 사진을 바라볼 때 느끼는 것과 대충 같다.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이 아마도, 이러한 문맥에서 기억해야 할 중대한 개념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준비성이다 : 시 한편을 쓰겠다는 혹은 사진을 하나 찍겠다는 기대를 갖고서 거리 속으로 걸아나갈 수는 없겠지만, 그런 기회가 언제 나타나든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 '작품'은 그것이 세계에 의해서 당신에게 주어질 때에만 비로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세계를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고, 하나의 시로 인도해줄 그 일을 끊임없이 하고 있어야만-설사, 그것으로부터 아무런 시도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한다. 레즈니코프는 그 도시를 헤치고 걷는데, 그러나 대부분의 시인들처럼 "머리를 구름 속에 두고서"가 아니라, 눈을 열고, 마음을 열고, 자기를 둘러싼 삶 속으로 들어서는 데 자기 에너지를 집중시킨 채 걷는다. 그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정확히, 그가 그 삶으로부터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패러독스가 시의 심장안에 묵고 있는 것이다. 그 세계의 실재를 설정해놓고, 그런 다음에 그 경계 안으로 넘어 들어가는 것이다. 설사 그 대문들 앞에서 정지당하게 된다 하더라도. 고독한 방랑자로서의, 군중 속의 한 인간으로서의, 얼굴 없는 서기로서의 시인. 외로움의 예술로서의 시. 그러나 그것은 그저 외로움 이상이다. 그것은 추방이며, 좋건 나쁘건 어떻게든지, 용케 추방의 상태를 고스란히 남겨두면서 추방과 협정을 맺는 한 방식이다.


결정적 순간, the art of hunger, paul au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