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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 말들

Day_dreaming 2017. 1. 25. 16:13

그 사이 보름이 지났다. 읽고 쓰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 시간들. 그럼에도 다시 책상에 앉는다.

전시를 하나 열어두었고, 사람들과 만나 뜻하지 않게 작은 감동을 느꼈고, 그 사람은 출장을 떠났다.

친구들과 부산에 다녀왔고, 바다바람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 같은 추위라도, 바닷가의 바람은 강인하며 매섭다.

내 의지와 노력과 상관없이 몸은 흔들렸고, 자주 말 실수를 했고, 취했다.

친구들로부터 애정어린 충고와 격려를 들었고, 서울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결심했던 일을 해결했다. 비로소 독립된 공간을 갖게 되었다.

그 사람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소소한 일들을 해결했고, 월급이 들어왔다.

십 분 만에 잔액은 줄었고, 그간 밀려있던 지출이 줄줄이 세어나갔다.

주말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 5개월 간 사용한 작업실을 정리할 예정이고, 몇 개의 짐을 챙겨서 떠날 예정이다.

매서운 한파가 잠시 누그러지고 있다.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간절히 원하며 매일매일 오해와 기대를 품고 살아간다.

내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는 그의 말에 안도한다. 

서로 떨어져 지내는 삶을 처음 해본 것도 아닌데, 당신과 처음이라 내가 생각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우리는 서로 보고싶다라는 말을 교환했고, 각자의 도시에서 각자의 공간에 누워 잠을 청했다.

점점 그 사람에게 욕심이 생기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후회와 머뭇거림 사이에서 기꺼이 용기를 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그 사이 고요히 겨울은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