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T

그냥 스쳐가는 것

Day_dreaming 2013. 4. 12. 14:53

봄비가 내리더니 오후나절부터 안개가 도시 전체를 덮었다 해수면보다 낮은 땅이라 그런지 한 번 안개가 내려앉기 시작하면 사실 장관이 펼쳐진다 작년 이 맘 때에도 꼭 같은 풍경이 연출되었었는데 일찍 학교를 갔던 어느 날 저 멀리 안개를 온몸으로 걷어내며 유유히 밀려오는 배 한 척이 터너의 그림 못지 않았다 아니 그 보다 더 생경했었지.


가끔 이런 날씨가 되면 마음이 되려 차분해져 고요하게 앉아있기 딱 좋은데 문제는 도시의 소음이다 그 자체가 만들어내는 소음 사람들이 발광해대는 소음 그리고 결국 또 시작된 내 옆 집 사람들의 소음 

나는 정말 참담한 심정이 되어서 눈을 꼭 감아버렸는데 친구가 빌려준 망치가 침대에서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차마 일어나 두들길 기력도 없었다 몇 번을 다짐해서 악독한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고말겠다며 잠든적이 한 두 번이 아닌데 간밤엔 나도 모르게 기절한듯 잠이 들었다가 악몽에 시달려 '할머니'하고 소리치는 바람에 내 소리에 놀라깼다 앞뒤 전후는 생각이 잘 안나지만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가장 다급한 순간 우리 할매를 찾았다 그리고 나서 한동안 못 자고 두 시간을 뒤척이나 일어났다 아침이다.


안개는 사라졌고 그제 총격사건이 났던 공원에는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한창 조깅을 하고있다 곧 학교에 가야하고 나는 이런 쓸데없는 기록을 마쳐야한다 간밤에 가족의 나라를 봤는데 가장 울렸던 말은,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말고 네가 원하는 곳에 가면서,

매일 매일 감동받으면서 살아라.


그래 매일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