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정신심리 전문가가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 말에 따르면 이전 시대와 다르게 현재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지적이었다. 무엇보다 그 통제라는 것은 다름아닌 감정통제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든 울어재끼는 소리를 들으면 즉각적으로 달래거나 조취를 취해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곧 그 아이로부터 자신의 감정을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오래전 그 옛날 부모들은 사실 먹고살기 바빴고 애와 눈을 마주치거나 인성교육이니 하는 의도된 훈련을 시킬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애를 잠깐 방치해 둘 수 밖에 없었는데 어쩌면 그 편이 아이 스스로 자신이 놓인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을 가져다준 것이 아닐까, 하는 진단이었다. 어떤쪽이 더 "좋든" 혹은 "옳든"간에, 한 인간으로서 이 세계에 태어나 마주하고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부모들이 일일히 방향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오래 전 읽었던 어떤 책에서도 말했지만 부모는 죽음으로써 자신이 정말 해야 할 일을 아이에게 제대로 보여주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울고 자빠지고 끙끙대고 다시 일어서는 일련의 반복되는 과정들을 스스로 해낼 수 없도록 그 자신들도 그렇게 길들여진 사회의 방향과 훈육 사탕이라도 쥐어주며 멘토니 자기개발이니 하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해서 피로함과 무력감, 막연한 기다림과 같은 결과론적인 감정이외에 틈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울다 지쳐 잠이들든 고함을 지르든 장소를 떠나버리든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상태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 세계의 시간이 버겁고 두렵다. 점점 단순하고 정돈된 감정으로 살아가며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칼날같이, 대부분 제멋대로라도 나에게 쉽게 타협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 상대가 나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관성적인 반성조차 지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