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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Day_dreaming 2015. 6. 20. 07:46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시각은 둔해지고 호흡에 온 신경이 빼앗긴다. 산소가 절실할 때에는 내 몸을 일으켜 계속 걸을 수 밖에 없다. 공간은 저만치 달아나고 내몸은 이동해있다. 시간이 지나간 자리에 기억이 함께 머물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산. 문득 오늘 아침 뿌옇던 시야를 뚫고 내 눈앞에 멈춰섰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나는 그 때 자주 울었고 많은 죽음을 떠올렸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 마음에 자리할 틈을 내주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뒤늦게라도 찾아왔다. 그 해 우리의 시작의 날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