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전 쯤 서울집 가족들과 통화를 하다 모질게 말을 끊고 한동안 연락을 안하리라 굳게 결심했었다 세상 사람들 다 손가락질 해도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못하는 대상이 왜 가족일까 뻔뻔하다 그래 이제는 인정.
아마 한 집에서 살았으면 몇날 며칠 줄다리기하는 심정으로 더 못된 고집을 피웠을텐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지내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연락을 해대기 시작하면 미안한 감정이 다시 솟아난다 엄마는 텅 비어버린 내 마음에 꽃으로 장식하면 안될까, 이제 너의 사랑도 성숙해져가는 구나 라는 식의 문학소녀같은 이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우리가족 천성이 면전에서는 우물쭈물거려도 서면으로 하면 상대를 녹이는 힘들을 가지고 있다 내가 그 피를 물려받은자라 그런지 심정이 이해가면서 또 한 편으로 우리의 대화는 이렇게 밖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인가, 라는 체념도 든다 이메일을 확인 한 후 반찬거리를 만들다가 결국 마음이 편치않아 전화를 걸었다 서로 이메일을 보낸적도 읽은적도 없는 척 핀잔과 할큄도 사라진 척 묵묵히 일상적 대화를 나누었다 아직 동네에 산다는 중학교 동창소식도 전해듣고 동생끼리도 친구인 아이의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일을 하시다 쓰러져 중퇴라는 소식까지 티브이에서 세상만사 듣듯 맞장구도 쳤다가 적당히 잘 지낸다는 반은 진실 반은 거짓말인 대화들을 이어갔다 막상 전화를 끊고 나니 허했다 또 그렇게 연결되었다 싹둑 잘라내듯 펼쳐지는 대화들 아마 영영 하나의 선으로 이어질 수 는 없겠지. 전화를 끊기 직전 엄마는 말했다 사람들에게 너의 모든 속내를 드러낼 필요 없다 솔직한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길 가다 너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생기면 놓치지 말아라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라고. 달려가라는건지 기다리라는 건지 나는 줄다리기같은 삶을, 사랑을 할 수 가 없다 사실 줄을 잡고 있다는 그 순간을 상상만해도 아찔할 정도로 괴롭다 그렇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나 자신을 놓지 말라는 것, 그리고 우아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엄마의 충고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