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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람

Day_dreaming 2016. 1. 5. 11:28

새해맞이 목욕을 마친 후 서울집 동네에 종종찾는 족발집에 갔다 맛이 좋아 늘 사람들로 분비는데 일요일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두 개 정도의 테이블을 빼곤 빼곡히 들어쳐있었다 2인용 좁은 테이블에 앉은 엄마와 나는 내심 바로 옆 테이블에는 아무도 앉지 않기를 바랬건만 우리가 자리를 잡은지 얼마 안 되어 여자 둘 남자 하나가 앉았다 그중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부터 요란스럽더니 옆 자리에 앉자마자 쉴 새 없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가게 안이 어수선한데 여자의 목소리가 너무도 커서 내 귀에 대고 말하는 것 처럼 들릴 수 밖에 없었다 참다참다 결국 좀 조용히 해달라는 말을 했고, 여자는 전보다는 조금 작은 목소리로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꺼냈다 30분쯤 지났을까 엄마와 나는 그 여자가 최근 겪고있는 두 가지 문제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그 여자에게 불쾌감이랄지 눈총을 줄 수 없었다 느닷없이 울어재끼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고 여자는 일종의 경호를 받으며 유유히 화장실로 빠져나갔다 서비스업 종사자로서의 고단함 전 여자친구와 바람핀 것을 들켜버린 남자친구와의 파경까지 눈물없이는 말하지도 들을 수 도 없는 사연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쯤 하나는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차이는 공공장소에서 울 것인지 남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신상을 공개해버릴지 정도의 차이이겠지만.